정의는 분노보다 뜨겁다! 유머와 액션의 절묘한 조우, 열혈사제1(fierypriest1, 2019) 리뷰
다혈질이지만 정의감 하나로 세상을 뒤흔든 사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게도 그런 히어로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들, 탐욕에 눈이 멀어 약자들을 희생시키려는 자들에게 바로 작품 속 김해일 신부와 같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싶네요. 오늘은 열혈사제1(fierypriest1, 2019) 리뷰로 돌아왔습니다.
작품정보
- 작품명 : 열혈사제1(fierypriest1, 2019)
- 방송사 : SBS
- 방영기간 : 2019년 2월 15일 - 4월 20일
- 회차정보 : 40부작(회차당 30분 정도 분량으로 구성)
- 장르 : 범죄, 액션, 블랙 코미디
- 연출 : 이명우
- 극본 : 박재범
- 출연 : 김남길, 김성균, 이하늬, 고준, 금새록, 정영주, 이문식, 김원해 등
시놉시스

온갖 추한 죄는 버라이어티하게 다 처 짓고, 간증 한 번 하고 죄 사함 받았다며 혼자 정신승리 하고, 이를 무한반복하며 맘 편히 죄 지으려고 신을 믿는 역겨운 인간들! 예로부터 지금까지 세상에 가장 잘 먹히는 코스프레가 바로 이것이다.
사실 이런 인간들은 지 마음 편하자고 속죄하는 거다. 지한테 당한 사람들 생각은 눈곱만큼도 안 하는 파렴치 한 자들이다. 아무리 만인에 평등한 종교라도 이젠 사람 좀 가려서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사람 가려 받고, 혼낼 일은 혼내고, 속세의 정의와 밸런스를 맞추는 것, 이것이 현대 종교가 가져야 할 새로운 정의관이 아닐까?
이에 쌈박한 정의관을 가진 성직자를 우리의 바람대로 그려보고 싶었다. 이 성직자를 통해 종교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부패에 대해 무감각해진 한국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려 한다. 더불어 썩어 빠진 세상에 있어서 불멸의 항생제는 역시나 인간이라는 사실도! <프로그램 제공>

분노조절장애를 앓는 열혈 가톨릭 사제 김해일과, 사소하면 소소한 사건도 다 놓치지 않는 형사 구대영. 이 둘이 ‘노(老) 신부 살인사건’을 계기로 어영부영 공조 수사에 뛰어들며, 브로맨스 형사극이 펼쳐집니다.
등장인물

관람포인트

블랙코미디와 액션의 조화
정의감 충만한 사제의 분노와, 사회를 향한 아이러니한 조롱이 공존하는 블랙 코미디 감성이 이 드라마의 주춧돌입니다. 시민을 돕는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김해일의 싸움 방식은 ‘이런 사제는 처음이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정의 구현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사제, 그리고 그 옆의 구대영 형사의 뭔가 모자란 모습들은 아이러니한 재미를 유발하죠. 이들의 행보는 블랙코미디와 액션을 조화롭게 잘 섞은 것 같았습니다.

캐릭터의 역동성
김해일은 전형적인 정의구현 캐릭터가 아니라, 속상하고 외로운 마음을 분노로 표현하는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특히 과거의 괴로웠던 기억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며 그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더욱 정의 구현에 힘쓰려는 인물이죠. 구대영 역시 허당 같지만 그 또한 현실의 한계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인물이죠. 박경선 검사는 냉소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매력을 뿜고, 황철범은 능글능글한 인물 같으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인물이죠. 등장하는 케릭터들은 상황에 따라, 그리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으며 밸런스를 잘 맞춰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구담'이라는 공간의 이중성
구담성당이라는 좁은 공간은 정의의 전장입니다. 성스러워야 할 곳이지만 늘 사건과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죠. 동시에 구담은 지역 카르텔의 온상이기도 합니다. 이 이중적 공간 설정이 드라마의 정체성—종교적 믿음과 현실의 부패—을 관통하는 메타포가 됩니다. 아마도 '구담' 이라는 이름은 배트맨의 '고담시' 세계관을 우리나라 식으로 끌어온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배트맨의 고담(Gotham)은 'Goat Town'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혼란스럽고 어지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아마도 작가는 이러한 네이밍 센스를 한국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담' 대신 '구담'으로 표현한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연출의 세련됨과 스피드
두꺼운 대사 없이도 웃음과 이야기 전개가 정속도로 흐릅니다. 격투, 수사, 미니멀한 코미디가 리듬감 있게 배치되며 시청자를 지루하게 하지 않아요. 시간당 2회분 구성은 ‘한 번 잡으면 놓치기 어렵다’는 몰입력을 제공합니다.

메시지와 감성의 조화
‘분노 조절 장애’라는 캐릭터 설정이 단순 장치가 아니라, 현대인의 감정 억압과 분출을 은유합니다. 김해일의 행동 하나하나는 폭력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억눌린 사회적 분노를 해소하는 대리만족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게 이 작품의 핵심 감성이라 봅니다.

개인적인 평가

'열혈사제1'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오락물이 아니라, 분노라는 감정을 사회적 에너지로 전환한 드라마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극의 시작은 주인공 김해일이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제’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코믹하게 소비될 수 있는 성격 결함이지만, 작품은 이 결함을 통해 오히려 한국 사회가 누적된 불의와 부조리에 대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 했습니다. 해일의 분노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억눌린 사회적 감정의 대리 표출이자, 정의가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주는 장치였던 셈입니다.

연출은 이러한 서사를 유머와 액션을 교차시키며 풀어냈습니다. 종종 드라마에서 장르 혼합은 이야기의 일관성을 해치는 위험이 있지만, '열혈사제1'는 오히려 블랙코미디적 요소와 수사극, 액션 활극을 균형 있게 배치하여 웃음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시청자가 ‘재미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동시에 ‘옳다, 속이 시원하다’는 정서적 보상을 경험하게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역시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었습니다. 김남길은 단순히 화내는 사제가 아니라, 과거의 트라우마와 책임 의식으로 흔들리는 입체적 인물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김성균이 연기한 구대영은 허술해 보이지만 결국에는 정의 편에 서는 ‘평범한 인간의 힘’을 보여주었고, 이하늬가 보여준 박경선은 권력과 정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법조인의 현실성을 드러냈죠. 여기에 고준과 금새록 같은 조연들이 극의 균형을 맞추며, 각각의 캐릭터가 단순한 기능을 넘어 사회적 유형을 대변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케릭터들이 보여주는 밸런스가 참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드라마가 ‘정의 구현’이라는 오래된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전달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형사물이나 법정극이 제도적 정의의 구현을 강조했다면, '열혈사제'는 종교적 윤리와 개인적 분노를 결합해 제도 바깥에서 정의가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현실의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이 높았던 시청자들에게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동시에 ‘정의는 제도 속에만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했죠. 이 때문에 '열혈사제1'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열혈사제2'까지 그 인기가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열혈사제1은 넷플릭스, Wavve를 통해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