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 위, 세월을 건넌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2025)' 리뷰

제주 바다 위, 세월을 건넌 사랑의 이야기를 그리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2025)' 리뷰

먼 과거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지만 현실에서도 큰 괴리감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것만큼이나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작품을 보는 내내 주인공들과 함께 웃고 울며 그 시절을 공감하고 응원하며 몰입할 수 있던 작품, 바로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rangerines, 2025)' 였죠. 오늘은 이 작품을 리뷰해 보고자 합니다.


기본정보

  • 작품명 : 폭싹 속았수다(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2025)
  • 공개 : 2025년 3월 7일
  • 채널 : 넷플릭스
  • 장르 : 휴먼, 로맨스, 일대기, 가족, 인생
  • 연출 : 김원석PD
  • 극본 : 임상춘작가
  • 출연 : 아이유, 박보검, 문소리, 박해준 등
  • 회차정보 : 16부작

시놉시스

1950년대 제주, 요망진 문학소녀 애순과 무쇠처럼 우직한 관식. 바다 건너 꿈을 향해 떠나고 싶은 애순 앞에는 어떤 인생이 펼쳐질까. 서로 사랑하고 지켜주며 애순과 관식은 모험을 감행한다. <프로그램 제공>

드라마는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남녀의 인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사투리 가득한 현실적 대사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아이유의 인생작이라는 찬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제주도 소녀 ‘애순’과 소년 ‘관식’이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 함께 성장하고 사랑하고 아파하는 과정을 담아냅니다. 평범하지만 담백한 이야기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전해지죠. 작품에서 아이유와 박보검의 중년과 노년 역할을 맡은 배우는 문소리와 박해준입니다. 둘을 교차편집해서 두 배우가 부부의 연을 맺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힘겹게 시대를 살아오며 품었던 꿈과 가정을 이루고, 또한 시대와 여성에 대한 차별을 견디며 그토록 원했던 바를 이루는 서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제주도 방언 :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라는 말은 제주도의 방언으로 "매우, 무척, 정말" 을 의미하는 "폭싹" 이라는 말과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의 "속았수다" 라는 의미가 합쳐진 말입니다. 표준어의 의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이 방언을 영어로는 어떻게 옮겼을지 궁금했습니다. 왜냐하면 영어에서는 "폭싹 속았수다" 라는 의미를 담아낼만한 표현이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무적인 표현으로 "잘했어!"를 의미하는 "Good Job!" 과 같은 표현이 있겠습니다만, 본 작품이 담고 있는 관계중심적인, 그리고 그 수고를 인정하는 의미를 살린 표현은 없기 때문이죠.

제작진은 "폭싹 속았수다"의 영문명을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로 정했는데요. 이 구문은 1915년 엘버트 허버드 작가의 글에서 유래한 표현이라고 하죠.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삶이 레몬을 준다면 그것을 잡아 레몬에이드를 만들어라! 라는 의미입니다. 시고 쓴 레몬은 고난을 상징하지만, 이를 극복해서 달콤한 레몬에이드로 긍정적인 결과로 바꾸라는 것이죠. 이 표현은 20세기 중반부터 긍정을 강조하는 대표격언으로 자리잡았다고 하네요. 제작진은 레몬 대신 제주도의 귤(Tangerines)로 재치있게 표현한 셈입니다.


등장인물


관람포인트

‘폭싹 속았수다’의 가장 큰 매력은 제주도라는 공간, 어찌 보면 가장 한국에서 아름다운 공간을 완벽하게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해녀들의 일상, 푸른 바다와 검은 현무암 해안, 그리고 사계절이 변하는 풍경은 마치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합니다. 특히 제주 방언과 문화가 대사와 상황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시청자에게 생생한 현장감을 전해줍니다.

또한 김원석 PD 특유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디테일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시대 배경의 미장센부터 제주의 날씨와 계절감, 특유의 청록색 빛바랜 색감, 감정을 완벽하게 조율하는 적재적소의 OST, 그리고 모든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와 동선, 심지어 제스처 하나하나까지 김원석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죠.

아이유와 박보검은 첫 호흡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래 함께한 연인처럼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케미스트리를 보여주었구요. 문소리와 박해준이 연기하는 노년 버전의 주인공들은, 젊은 시절의 열정과 선택이 세월 속에서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진정성 있게 전달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단순한 멜로를 넘어, 전쟁 이후 제주도의 사회상과 시대적 배경, 공동체 문화, 그리고 세대 간의 이야기까지 폭넓게 다룹니다. 사랑과 상실, 회한과 용서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제주만의 색채로 풀어냈다는 점이 시청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

‘폭싹 속았수다’는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가 좋았던 이유는, 단순히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만을 그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성 덕분에 인물의 삶이 입체적으로 다가오고, 한 사람의 선택이 시간이 흘러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아이유의 연기는 감정선이 매우 섬세했습니다. 제주 방언을 쓰는 장면에서조차 억지스러움이 없고, 해녀라는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죠. 박보검은 특유의 순수한 이미지와 진중한 연기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습니다. 이 두 사람의 호흡은 작품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문소리와 박해준은 노년의 주인공으로서, 젊은 시절의 감정을 그대로 품고 사는 듯한 눈빛과 표정으로 감동을 더해주었습니다. 특히 깊어져가는 주름만큼이나 깊이있는 연기를 보여준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김원석 PD는 ‘미생’,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준 것처럼 인물 간의 감정선을 깊게 파고드는 연출에 강점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화면 색감, 음악, 카메라 워킹까지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치를 세심하게 배치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션 아이유의 팬이었는데, 그의 세심한 연기력에 또한번 놀랄 수 밖에 없었죠. 예전 '나의 아저씨'에서도 그의 뛰어난 연기력에 감탄을 했는데 이번 '폭싹속았수다'에서는 애순과 금명 이라는 서로 다른 세대를 완벽하게 연기했던 것 같습니다. 감정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발산하며, 발성의 테크닉과 심지어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엄마라는 역할까지 찰떡같이 소화하며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될 가능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죠. (아이유! 너는 못하는게 뭐니? 도대체!)

인생사를 크게 4계절로 빗대어 그려낸, 어찌보면 흔하디 흔할 수 있는 스토리는 결국 힘든 인생을 살아왔고, 또한 지금도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세월을 살아가게 될 모든 세대들을 위로하며 "수고했다"고 위로를 던져줍니다. 모든 세대를 아우르고 관통하는 거대한 사랑의 이야기. 그 사랑이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이런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람 울컥이게 만드는 작품, 별로 안좋아해요. 사실 이 작품도 처음엔 아이유 때문에 봤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도 몇번 울며 봤습니다. 사실 오늘날처럼 각박한 시대 가운데 한번 더 가족의 사랑을 되새기며 서로를 안아줄 수 있는 이런 작품들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폭싹 속았수다"는 넷플릭스를 통해 다시보기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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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폭싹 속았수다' 의 인기만큼 그 촬영지로 알려진 곳마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고 하죠. 이참에 작품의 장면들을 회상할 겸, 촬영지를 방문하며 인생사진 한 컷을 남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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